ART DESIGN IN BAEXANG

NEWS NEWS

아트페어에서 '특별전'을 꼭 봐야 하는 이유 (2025.08.07)

2025-08-20 12:18:24

[arte] 박준수의 아트페어 길라잡이

특별전, 토크 프로그램, 아트위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진화 중인 아트페어
아트페어의 주인공은 언제나 참가 갤러리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갤러리 부스가 바로 아트페어의 중심이며, 관람객과 컬렉터의 관심은 자연스레 그 부스들로 향한다. 이러한 구조 탓인지 아트페어 오거나이저는 비엔날레 전시 감독과 달리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오거나이저의 비전과 기획력이 아트페어 안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특별전을 포함한 부대행사를 통해, 아트페어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품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1. 특별전

특별전은 아트페어의 기획과 비전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갤러리는 아트페어에 높은 부스비를 내고 나오기 때문에 판매가 어려운 작품을 선보이거나 스케일이 큰 작품의 설치를 시도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기획하는 특별전에서는 이런 제약을 벗어나 신진 작가의 실험적 설치작품,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미디어나 AI 아트, 혹은 미술사적으로 주목해야 할 미술관급 마스터피스까지 다양한 시도와 형식의 전시가 가능하다. 어떤 특별전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아트페어가 동시대 미술 담론에서 어떤 역할을 자처하는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2024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에서는 46m 길이의 1984년 키스 해링의 작품과 시오타 치하루의 거대한 설치 작품을 비롯해 이름 그대로 언리미티드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 사진. © 박준수



예를 들어,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Unlimited)’ 섹션은 이름 그대로 부스 크기의 제약 없이 대형 설치, 퍼포먼스, 영상 작업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는 전시로, 매해 가장 주목받는 실험적 공간이다. 개선문을 감싼 크리스토와 장클로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 붉은 실로 초대형 설치 작품을 보여주는 시오타 치하루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형 작업이 이 섹션을 통해 소개됐다. 2019년에 보았던 언리미티드에서 루치오 폰타나가 적힌 부스를 들어갔다. 부스 안에는 폰타나의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 멋지게 차려입고 샴페인 잔을 든 많은 컬렉터들이 부스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폰타나의 작품이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트페어에 참여한 많은 갤러리의 부스에서 보았던 작은 사이즈의 루치오 폰타나만 보다가 이 정도 스케일의 폰타나를 보니 경외심까지 들었던 경험이 있다.

루치오 폰타나의 대표작 중 하나인 < Ambiente spaziale con tagli >는 2019년 아트바젤 바젤 언리미티드에 전시된 대형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 1960년에 밀라노의 수집가 안토니오 멜란드리의 주택 천장 장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아트바젤에서 처음으로 공공 전시되었다. / 사진. © 2025 Ben Brown Fine Arts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메리디안(Meridians)’ 섹션 역시 비슷한 기능을 한다. 여기서는 특히 미국과 중남미 작가들의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대형 스케일로 전시되며, 상업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확장하는 기획의 장이 된다.

키아프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를 했다. 2017년 미디어 특별전 ‘너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것들’과 퍼포먼스 특별전 ‘실험과 도전의 전사들’을 열었고, 2018년 아트페어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던 광주비엔날레와의 협업을 통해 김아영, 민성홍, 라이스 마이라(브라질), 마크 살바투스(필리핀)처럼 아트페어에 소개된 적 없는 작가들과 ‘Artist Project’를 열었다. 2019년 ‘한국근대회화, 역사가 된 낭만’을 통해 천경자, 박수근 등 한국근대회화의 마스터피스를 보여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들이 아트페어를 위해 기꺼이 작품을 빌려준 것도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전시를 진행하지 못했던 2020년에는 자체 개발한 OVR을 통해 온라인 특별전을 운영했으며, 2021년에는 인천국제공항과 협업하여 ‘We connect Art & Future, Kiaf and INCHEON AIRPORT’를 통해 컨벤션 밖으로의 공간적 확장을 시도했다. 이처럼 특별전을 통한 다양한 시도들은 갤러리들에게도 아트페어에서 색다른 전시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고 전시 산업 전체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아트오앤오에서도 경기도미술관장이자 광주비엔날레 광주파빌리온 전시 감독을 맡은 안미희 기획자를 초청해 미디어 퍼포먼스 특별전 ‘원스 유 오운 잇(Once you Own It)’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크기의 LED 패널로 구성된 미디어 작품과, 운송용 크레이트 박스를 활용한 설치 등 독창적인 설치 구성은 아트페어에서도 높은 수준의 기획 전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2. 토크 프로그램

아트페어 속 토크 프로그램은 단순한 ‘부가 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 컬렉터, 미술관 디렉터,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프로그램은 시장과 제도의 흐름, 그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조명하는 무대가 된다. 특히 이머징 아티스트를 주제로 한 세션이나, 국제적 명성의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담은 아트페어가 단순 거래 플랫폼을 넘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지적 허브로서 어떤 위상을 가지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트바젤의 ‘컨버세이션(Conversations)’ 프로그램이 있다. 매년 기획되는 이 프로그램은 문화 생산자와 수용자가 함께 시장의 흐름, 제도 비판, 컬렉션 트렌드, 미술과 관련된 AI와 같은 테크놀로지의 개발 등을 탐구하는 토론의 장으로 기능한다. 최근에는 여성 미술사, 디지털 아트의 윤리,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와 같은 담론이 주요 다뤄졌다.

지난해 아트바젤 바젤에서 열렸던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에서 이미래 작가의 대담을 들었는데, 전 세계 주요한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관계자들이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의 전시를 앞둔 젊은 한국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2024년 아트바젤에서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으로 열린 이미래 작가 대담 / 사진. © 박준수



3. 아트 투어 프로그램

컨벤션 센터 안에만 머무르는 페어는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진다. 이를 확장시키는 전략이 바로 지역 기반의 아트 투어 프로그램이다. 지역 작가의 스튜디오나 레지던시를 방문하거나, 인근 갤러리·미술관과 연계해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아트페어의 물리적·내용적 범위를 크게 확장시킨다. 이 투어들은 방문자에게 단순 관람을 넘어, 지역 예술 생태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아트바젤 바젤의 ‘파르쿠르(Parcours)’ 섹션은 이 개념의 대표 사례다. 바젤 구시가지 전역에 걸쳐 전시되는 이 프로그램은 상업 부스를 벗어난 작품들이, 지역 커뮤니티와의 접점을 형성하며 아트페어가 도시 문화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련 리뷰] 감자 가게·증류소·교회 제단까지 길거리가 모두 갤러리로 [여기는 바젤]

또한 프리즈의 ‘프리즈 조각(Frieze Sculpture)’은 런던 리젠트 파크와 뉴욕 록펠러 센터 같은 공공 공간을 활용하여 대형 조각 및 설치작업을 선보이며, 시민들이 이상 속에서 현대미술을 접하게 한다. 이는 예술의 일상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아트페어의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2022 프리즈 조각이 열린 리젠트파크에 설치된 대형 조각 작품들 [좌] Shaikha Al Mazrou, < Red Stack >(2022), 
Lawrie Shabibi [우] Ugo Rondinone, < yellow blue monk >(2020), Gladstone / 사진. © 박준수

4. 아트위크

아트페어가 외부로 더욱 확장되면 아트위크로 발전한다. 키아프와 프리즈는 동시 개최를 하는 2022년 첫해부터 서울시와 함께 서울아트위크를 열었다. 프리즈와의 동시 개최 이전에도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미술주간’을 진행했으나, 지금처럼 다양한 전시나 부대행사가 많지 않았다. 거리가 먼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와 기간이 겹치는 경우에도, 거리가 멀어서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2024년 9월 4일에 열린 '삼청나이트' 행사에서 갤러리현대는 제시 천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 < 달마당극: 탈언어의 악보 >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프리즈 서울의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갤러리현대의 두가헌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수많은 관객이 이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모였다. / 사진. © 박준수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과 같은 국공립미술관부터 리움, 호암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같은 대형 사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삼청나이트, 한남나이트, 강남나이트, 을지나이트와 같이 서울시 전역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열린다. 이런 아트위크를 통해 아트페어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넘어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된다.

5. 아트페어의 색다른 시도

프리즈 런던에서는 아트페어 기간이 아닌 경우에도 프리즈에 참여하는 갤러리가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넘버 9 코르크 스트리트(No.9 Cork Street)를 운영한다. 런던 메이페어의 역사적 중심지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두 채를 3개 층으로 나눠 연간 상설 전시장을 만들었다.

넘버 9 코르크 스트리트에서 열린 지 갤러리(G Gallery)의 우한나 전시 전경. 프리즈는 넘버 9 코르크 스트리트를 통해 
아트페어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갤러리들에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사진. © G Gallery



아트바젤은 AWT(아트위크도쿄)와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쿄의 갤러리와 미술관을 연결하여 만든 투어프로그램으로 컨벤션 없이도 가능한 아트페어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AWT에서 아트바젤 VIP에게 제공한 신미술관 프라이빗 투어의 이우환 전시 전경(좌)과 도쿄컨템포러리 미술관의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전경(우). 
AWT에서는 갤러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쿄의 미술관과 연계하여 도쿄의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 사진. © 박준수



이 두 프로그램은 모두 팬데믹 시기 컨벤션 개최가 어려워졌던 경험 이후 등장했다. OVR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확장과 함께 한정된 기간과 지역을 넘어서며 아트페어는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그 진화의 방향은 단순한 거래의 확장이 아니라, 예술과 사회, 도시와 커뮤니티,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전시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 제도적 사각지대를 비추는 담론, 그리고 관람의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기획, 이 모든 것이 아트페어의 새로운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오늘날의 아트페어는 ‘시장’이자 ‘무대’이며, ‘광장’이자 ‘플랫폼’으로서, 예술과 시대를 연결하는 복합적인 통로가 되어가고 있다.

박준수 기획자

출처: 아르떼(https://www.arte.co.kr/stage/theme/9285)

첨부파일
다운로드1.jpg

대표자 : 권순상 사업자 등록번호 : 137-81-30071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로 178-15 TEL : 070-4156-9541 FAX : 031-977-9540

FAMILY SITE 더보기

Contact Us

  • NAME
    PHONE
  • E-MAIL
  • TITLE
  • MESSAGE

COPYRIGHT © 2022 BAEXANG GALLERY. ALL RIGHTS RESERVED.

 
문의하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