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산책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 생긴다는 겁니다. 평범해 보이던 일상도, 조금만 천천히 바라보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지난주부터 충북교육문화원 예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사제동행 충북교원 사진전’에 참여한 중학생 대표의 멋진 인사말이다. “저 친구 말하는 것 좀 봐라?”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잠시 어릴 적 사진에 대한 아련한 기억으로 피식~ 웃음이 났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오늘날이야 ‘사진기’에 대한 로망 자체가 없지만, 나의 학창시절은 사진기를 가진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집안에 사진기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법 살만한 집, 부유함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에게 사진기는 그냥 ‘미래’였고, 평소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사치였다.
그러면 우리처럼 평범한 학생들은 어떤 때 사진을 찍을까?
바로 ‘소풍’ 때다. 소풍 전날엔 서로 동네 사진관으로 달려간다. 가장 많이 빌리는 사진기는 ‘올림푸스’ 사진기다. 누구나 그 사진기를 빌린다. 손에 딱 쥐어질만한 작은 올림푸스 사진기는 크기도 작아 편하지만, 필름을 넣으면 사진 한 컷에 필름이 절반씩 먹힌다. 즉 25매 필름을 넣으면 50장을 찍을 수 있다. 그러니 돈이 궁했던 당시, 우리에겐 그보다 더 좋은 사진기는 없었다. 오늘날처럼 디지털 시대가 아녔기에, 필름도 돈 주고 사야 했고, 사진 인화도 돈 주고, 해야 했다. 그러니 25매 필름으로 50장을 찍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환호할 수밖에…
지금 생각해봐도 사진이 제법 잘 나왔다. 작동법도 쉽고, 무엇보다 크기가 작아서 수학여행이나 소풍처럼 이동이 많은 행사 때는 제격이었다.
가끔 끼가 있는 친구들은 사진 인화로 용돈벌이하는 기발함도 뽐냈다. 친구들에게 단체사진을 찍어주고 장당 얼마씩? 받아가며 제법 쏠쏠한 장사 재미를 채웠다. 동전을 하나하나 세어 가면서 말이다.
교원사진전 당일 개막식 축사에서 윤건영 충청북도교육감님의 ‘학생 예술교육 강화’에 대한 강조 말씀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학생 예술교육이라…
어떻게 하면 그걸 잘해볼 수 있을까? 미술교사로 그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도 늘 예술교육은 내게 쉽지 않은 과제다. 어느 분야든 비슷할 순 있겠지만 ‘예술 영역’에서는 특히나 소질과 특성이라는 이른바 ‘재능’을 너무 큰 기준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늘 고민해왔던 문제다.
그런데 이번 사제동행 사진전을 보며 어쩌면 ‘사진’이라는 매체로 ‘학생예술교육’의 현실적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의 사진 작품 앵글 넘어 세상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앞선 인사말에서 중학생 친구가 한 말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이 정답이 아닐까.
우습게도, 겨우 휴대폰의 1센티 두께 너머 세상인데, 그런데 그 너머 앵글로 본 세상은 아이들에게 어쩌면 다른 세상이다. 그건 아이들이 바라본 ‘행복’일 수도, ‘꿈’일 수도, 그들이 만들어 나가고 싶은 진짜 세상일 수도 있다. 이거야말로 진정 ‘예술의 힘’ 아니던가?
더군다나 힘든 손재주에 의지하지 않고도, 나만의 리얼리티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은가.